민간의료 > 민속

본문 바로가기
민속>민간신앙>가정신앙>민간의료
■ 민간의료

본문

지금과 같은 전문 의료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의 민간의료를 행해왔다.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진 민간의료는 ‘하루걸이’라는 병에서였다. 하루걸이는 하루씩 번갈아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하루는 괜찮았다가 그 다음날 오한과 발열 등으로 고생하고 그 다음날은 다시 멀쩡해지는 증상이다. 하루걸이는 말라리아 모기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영양실조 때문에 발병하기도 한다. 하루걸이에 걸렸을 때는 특히 추위를 많이 느끼게 돼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


하루걸이 치료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멍석에 환자를 둘둘 말아 마당에 눕게 하고 그 위로 소가 넘어가게 하는 것이다. 소는 절대 사람을 밟지 않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소가 자신을 향해 오면 굉장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하고 나면 하루걸이가 떨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 방법은 저녁나절 공동묘지로 가 묘지 위에서 앞구르기를 세 번 하는 것이다. 재주를 넘은 뒤 묘지에 있는 석상에 입을 맞추어야 낫는다고 믿었다.


환자가 서있을 때 뒤에서 느닷없이 등을 세게 치거나 따귀를 때리기도 했다. 그러면 환자가 깜짝 놀라면서 자연스럽게 병이 낫게 된다고 한다.


세 번째 방법은 ‘풀에밥질’이다. 아궁이에 고추를 태워 매운 내가 나지 않으면 객귀客鬼가 들어 아픈 것으로 판단하고 풀에밥질을 한다. 먼저 시래기·된장·밥 등을 넣어 장죽을 쑨다. 바가지에 장죽을 담아 방 안에 누워있는 환자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넣고 환자로 하여금 그 죽에 침을 뱉게 한 뒤 칼을 머리 위로 몇 번 두르고는 대문으로 가서 “객귀야! 썩 물러나라”고 하면서 칼을 대문 바깥으로 던진다. 이때 칼끝이 대문 밖으로 향하면 객귀가 나간 것으로 여기고, 칼끝이 집 안 쪽으로 향하면 칼끝이 바깥으로 향할 때까지 던진다. 죽을 집 밖에 버리고 칼은 십자 형태를 땅에 그은 뒤 중앙에 꽂아둔다. 다음 날 그 칼을 다시 집으로 가지고 오는데 그렇게 풀에밥질을 하면 아픈 사람이 낫는 경우가 있었다.


눈에 이상이 생겼을 때 하는 민간의료행위들도 있다. 눈에 티가 들어갔을 때 눈을 비비면서, “까치야 까치야 내 미역국하고 쌀밥 끓여줄게. 내 눈에 티 좀 꺼내다오” 이렇게 세 번을 외친다. 눈을 비비면서 하는 말은 제보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까치에게 눈에 든 티를 빼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다.


눈에 다래끼가 났을 경우 다래끼가 눈 아래쪽에 났으면 문지방 아래쪽에 바늘을 꽂아두고, 눈 위쪽에 다래끼가 났으면 방문 위쪽에 바늘을 꽂아둔다. 그러면 다래끼가 나았다. 예전에는 방문을 한지로 발라 바늘을 문 아래나 위쪽에 꽂을 수 있었다.


눈에 삼이 섰을 때도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눈에 삼이 선 사람이 앉고 그 앞에 물을 부어둔 사발을 놓는다. 삼이 선 눈 쪽에서 두 손으로 실을 붙여 늘이고 팥을 하나씩 사발 안으로 떨어트리며 “내 눈에 삼 꺼내라, 삼 꺼내라” 라고 말한다. 마을에 따라 눈에 삼이 선 사람이 아침에 동쪽으로 솟는 해를 보고 앉아서 위와 같은 치료를 하는 곳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해를 바라보면서 질그릇 깨진 사금파리를 놓고 그 위에 아픈 눈의 눈곱을 하나 떼어 얹은 뒤 땅 속에 묻어버린다. 그러면 눈에 섰던 삼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다.


동쪽으로 향한 집 벽에 사람 형상을 그려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아침 먼동이 터올 때 벽에 사람 형상을 그린 뒤 한문으로 삼이 낫게 해달라는 의미의 주문을 쓴다. 오른쪽 눈에 삼이 섰으면 사람 형상의 오른쪽 눈을 바늘로 찌르는데 그렇게 하면 삼이 나았다. 눈에 삼이 섰을 때 치료한다고 사람 형상을 그리고 주문을 쓰다 보니 집 동쪽으로 향한 벽은 온통 성한 곳이 없었다.


동토動土, 혹은 동티가 났을 때 하는 민간의료 행위도 있다. 동토는 집안에 새로 물건을 들여오거나 남의 집에서 쓰던 헌 물건을 가져왔을 때, 혹은 집에 못이나 말뚝 등을 박았을 때 발생한다. 특히 쇠붙이가 붙어있는 물건일 경우 동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동토 증상은 낮에는 별 문제 없다가 밤만 되면 아픈 특징이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오후가 지나 저녁부터 앓기도 한다.


동토를 치료하는 것을 ‘동토 잡는다’고 하는데 평택에는 세 가지 치료 방법이 전해진다.


첫 번째 방법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가지 세 개를 꺾어 저녁 때 누워있는 환자를 마구 때리는 것이다. 그런 뒤 준비해둔 된장국에 환자가 침을 뱉게 하고 머리 위쪽으로 복숭아가지를 휘두른다. 된장국은 밖으로 가지고 나가 버린다.


두 번째 방법도 동쪽으로 난 복숭아 가지를 꺾어 먼저 부엌으로 가서 “동방지신 서방지신 남방지신 북방지신”으로 시작되는 주문을 외운다. 새로 들여온 물건이 있는 자리, 혹은 집을 수리한 자리에 가서 부엌에서 외운 주문을 다시 외운다. 그런 식으로 두 장소를 번갈아가며 세 번 주문을 외우는데 3일 동안 계속한다. 그렇게 주문을 외웠는데도 차도가 없으면 근처의 만신을 불러 푸닥거리를 한다.


마지막 방법으로 각성받이 세 사람 혹은 다섯 사람이 아픈 사람 집 주왕(부엌)에 가서 써레를 거꾸로 세워놓고 그 앞에 앉는다. 동쪽으로 난 복숭아나무가지로 써레를 때리면서 “동녘동토는 부지동서남북이요. 각항서방 십육두요 오실령사파하”라고 경문을 읽는다. 경문을 각자 세 번씩 3일 동안 읽고 마지막 날 나물과 시래기 등을 담은 바가지를 집 바깥에 버리고 돌아간다.


천연두 예방 접종 등이 없던 시절, 마을에 홍역이나 마마가 창궐하면 마을 아이들 열 명에 서너 명은 죽었고 홍역은 폐렴으로 악화되기도 했다. 마마의 경우 얼굴에 수포가 생겼을 때 긁어 곰보가 되기도 했는데 어머니나 할머니가 시루떡을 해서 손님마마에게 아이가 무사히 낳게 해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마마는 정해진 때가 없이 수시로 발생했다. 마을사람들은 마을 출입구에 금줄을 치고 외부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다녀올 때 다른 동네에서 홍역을 하거나 마마가 있으면 손님마마가 이 동네로 옮아오는 것을 방지하는 뜻으로 도랑을 건널 때 물을 치올리고 돌아와야 했다.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