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와 지방의제21 > 시민사회운동

본문 바로가기
시민사회운동>시민운동과 거버넌스 구축>거버넌스와 지방의제21
■ 거버넌스와 지방의제21

본문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거버넌스(Governance)’9)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양한 단체 성장과 정책참여, 공적역할로 인해 공동목적을 향한 국가와 시민사회 간 상호접근으로 거버넌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직적 의사결정 및 비자발적 통합을 특성으로 하는 관 주도의 위계적 관리체계와 사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설정’의 요구로부터 비롯됐다.
거버넌스가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효율성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정부주도의 개발독재시대에서 벗어나 민주화·다원화로 전환되면서 시민사회중심의 거버넌스 필요성이 대두됐고 실현수단으로 지방의제21이 추진됐다. 시민사회가 지방의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로컬 거버넌스가 지역사회에서 의사결정 권한의 공유, 지역 시민의 자치권과 독립성 함양, 시민참여를 통한 공공재를 개발하고자 하는 그들의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거버넌스가 대두된 배경에는 환류(feedback)의 문제와 책임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비판에는 강했지만 대안제시와 공동책임의식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로컬 거버넌스는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행위자에 대한 권한부여·행위자 간의 의사소통·네트워크·파트너십·정당성을 중시한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자발적 결사체인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가 중요한 행위자로 부각됐던 흐름과 관련이 있다. 또한 로컬 거버넌스는 거버넌스 이론을 지역적으로 적용하는 의미를 넘어 ‘지구적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실천적 연습이라는 차원에서 민주화 이후 확산된 새로운 사회운동의 이념·가치·행위양식에 부합했다.
지역사회 로컬거버넌스는 지방의제21이 대표적인 조직이다. 1990년대 중후반 지방의제21(Local Agenda 21)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이념으로 발족했다. 지방의제21의 추진주체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지만 지역 시민사회와 기업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행위자와 파 트너십에 의한 협력관계 구성이 원칙이다.10) 전통적인 사회운동이 행위자간의 대립과 갈등을 전제하는데 비해 지방의제21은 행위자 수준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가진 개인과 집단의 네트워크 형성과 상호작용, 정보교환, 소통을 통한 ‘신뢰’, 그리고 합의능력의 고양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제21은 제도적 수준에서 참여의 기회와 폭을 확장시킴으로써 행위자들 간의 질 높은 상호작용을 보장하고 제도 내부와 제도 상호간의 협력적 조정능력과 위기관리능력을 강조한다(이창언, 2013c).



| 지방의제21 지속가능발전 경기대회(2013) |



지방의제21은 1994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험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이래 2011년 2월 현재 전체 246개(제주시, 서귀포시 포함) 지자체 중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0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의제를 수립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90%인 222곳에서 의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의제21 참여율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설사무국을 설치·운영하는 지자체도 2011년 2월 현재 93개에 달해 자율적인 민관협력기구로서는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환경부, 2011: 55∼59; 이창언, 2013c 재인용).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현재 명칭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창립과 활동은 이후 지방의제21의 전국적인 확산과 조직화를 가져왔다. 협의회는 전국대회·우수사례공모전·정책포럼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협의회는 환경교육·하천 살리기·습지·폐기물·녹색구매·마을 만들기·기후변화·녹색교통·로컬푸드·참여자치·매니페스토·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정책적 정리와 행동을 조직했고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정에도 기여했다(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홈페이지). 평택지역은 1999년 의제추진협의회(아름답고 푸른평택21 실천협의회)가 만들어져 2000년에 자치단체·전문가·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분야별 의제를 작성했다. 평택의제가 추구하는 지역사회의 비전은 2011년 8월 30일 선포한 13개 의제실천사업에 잘 드러나 있다.



| 푸른평택21 의제 재작성 공청회(2011) |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 13개 행동계획]


  의제 1. 산과 공원과 하천의 생태환경을 보전합시다.

  의제 2.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시민교육을 합시다.

  의제 3.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합시다.

  의제 4.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다시 쓰는 순환형 사회를 건설합시다.

  의제 5. 안전하고 쾌적한 녹색교통환경을 조성합시다.

  의제 6. 지역경제 네트워크를 활성화합시다.

  의제 7. 주민자치에 의한 마을을 만듭시다.

  의제 8. 서로 아껴주는 지역공동체를 만듭시다.

  의제 9. 함께 어우러져 누리는 공동체문화를 만듭시다.

  의제 10. 성평등으로 함께 잘 사는 평택을 만듭시다.

  의제 11. 아동과 청소년을 안전하게 키웁시다.

  의제 12. 다문화를 포용하는 열린사회를 만듭시다.

  의제 13. 미군기지 주둔지역 지역공동체를 살립시다.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이하 푸른평택21)의 특성을 구성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거버넌스 체제 구축과 지속가능성 실현이다. 지속가능성이 지방의제21 존립의 기본 목표로 실체적 가치를 의미한다면 거버넌스는 지방의제21 실천에 요구되는 수단적이고 절차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이 둘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맺고 있다.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 설립목표]


  평택의 쾌적한 자연환경의 조성과 지속가능한 발전, 지구환경보전 및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시·주민 기업체·민간단체가 주체가 되어 상호 협의 아래 작성한 ‘아름답고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데 목적을 둔다.



  •아름답고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 실천을 위한 조사·연구·교육·홍보사업 추진

  •아름답고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를 실천함에 있어 주민·기업체·민간단체·각급 행정기관의 참여유도

  •아름답고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의 실천에 따른 관련기관의 협조체계 구축 및 실천사업 평가

  •아름답고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 실천과 관련된 환경정책에 대한 대안 건의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



거버넌스 체제인 지방의제가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와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할 과제가 제기된다. 첫째, 지방의제21 내부에서조차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합의형성과 생태주의에 대한 이념과 철학의 부재가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실천 노력들은‘무엇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왔으며 따라서 지속가능성 실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강조하면서도 실천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나 포괄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구적 위기와 지역적 위기의 본질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경제적, 또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태적 한계의 절대적 측면을 인정하는 지속가능성이 강조돼야 한다. 지방의제21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성장이데올로기에 맞서‘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연대하며 지역에서 행동하는 실천 계획’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관계성의 강화는 신뢰에 기초하며 신뢰의 확대는 관계성(거버넌스)을 강화한다.
거버넌스의 제도화 못지않게 지역 시민사회의 자생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자발적 결사체(풀뿌리조직)를 지원하고 연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지방의제21의 운영조직을 포함한 각종 위원회 자문조직이 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주민의 구성이라기보다는 주요단체 대표와 한정된 전문가 자문조직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의제21은 물리적 환경계획이 아닌 종합계획(comprehensive planning)이자 주민 주도로 전개되는 폭넓은 사회운동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사회 CBO(Community Based Organization)·풀뿌리 운동·주민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및 방안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둘째, 형식이 아닌 내용적인 면에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버넌스는 양면성이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소통, 자발적 합의 형성에 의한 거버넌스는 대안적 관리체제로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외형만 갖춘 거버넌스는 참다운 사회적 유대, 민주주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거버넌스는 수평적 공동작용이 될 수도 있고 교묘한 규제체로 작동할 수 있다. 경제적 이윤, 성장 일변도의 정책과 기존의 제도적 틀, 권력관계가 유지되는 한 거버넌스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거버넌스에서 지자체의 직접적인 역할(정부주도형)이 강조될 때 지방의제21은 행정의 대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유형에서는 자자체가 담당해 오던 공적역할과 권한들 중 정부가 직접 수행하기 부담스러운 영역을 시민사회나 민간부분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주도적인 역할(시장 주도형)을 할 때, 민주주의적 책임성은 결여되고 자본의 논리가 강조되면서 공공영역의 축소와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자체와 기업의 행정적·재정적 동기와 행정기능 효율화를 위한 관리적·전략적 동기가 강화된다면 거버넌스의 민주적·공익적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맑고푸른시흥21실천협의회, 2005).
민주적 로컬 거버넌스의 구성은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지배적인 행위자들(지자체·기업·엔지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기존의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주의적인 거버넌스 체제 구성과 운영과정이 내용면에서도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도록 ‘성찰성’을 동반하는 ‘가치’와 ‘책임성’ 기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민주적 로컬 거버넌스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참여민주주의·다원민주주의·담론민주주의 등을 강화해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써의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시민참여 강화, 다원적 가치 보존,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의 확장, 공론장 활성화, 시민성 개발 등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박상필, 2005). 지방의제21이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성·관계성·민주성의 확장은 꾸준한 환류와 평가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하는 평택시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주요 중심축이 돼야 한다.



주석

9)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논의는 개별 학문분야의 특성과 관심영역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다. 거버넌스의 등장과 국가 역할 축소에 대한 시각에서도 차이가 있다. 제솝(Jessop,1995)은 거버넌스의 등장을 국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부가 관리주의에서 기업가주의로 변화하거나 케인즈적 복지국가에서 슘페터적 노동국가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운영체계로 보았다. 거버넌스를 국가와 시장기제와는 분명히 대별되는 시민사회영역 내에 존재하는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 조직적인 조정양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협의의 거버넌스), 국가와 시장·시민사회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과 협력체계를 구성하면서 등장한 조정양식(광의의 정의)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거버넌스 논의의 초점을 시민사회에 두는 시각은 정부가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영역에서 협력적 행동이 필요한 문제를 다루는데 유용한 조정기제로서 거버넌스에 주목한다. 시민문화의 강화, 자발적 행동의 촉진, 민주주의를 향한 사회기반의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환경부 2004: 39; 이창언 2013a 재인용). 한국의 ‘지방의제21’이 거버넌스를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이었고 대체로 광의의 개념에 따르고 있다.

10) 민-관 파트너십의 정의, 의미, 지방의제21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민-관 파트너십의 형태에 대해서는 오수길(200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