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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와 협의민주주의 그리고 지역정책 대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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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민주화·지방화 과정에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가 변화하고 시민사회가 활성화되며 한국의 매니페스토가 등장했다.11) 처음 출범할 당시 낯선 용어이던 매니페스토가 이제는 선거에 반드시 등장하는 핵심어가 됐으며 이것이 ‘주민과의 공식적인 계약행위’라는 점도 분명하게 인식 되고 있다. 평택지역도 지난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헛공약을 추방하겠다며 평택YMCA와 흥사단 등 평택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가 ‘매니페스토 평택시민연대’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매니페스토 운동에 나섰다. 6·2지방선거에서는 시장후보 초청 토론회도개최했다.



| 매니페스토 평택시민연대 정책선거 성명발표(2010) |



한국형 매니페스토 운동은 우리사회에 몇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지방자치 차원에만 국한해 운동의 성과를 살펴보면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12)
첫째, 법과 제도의 변화다. 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정당의 공천서류 변화·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협약식 추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당선 이후 공약실천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6월 2일 민선 5기 지방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들은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당선된 광역 및 기초단체장, 교육감 당선자를 중심으로 인수인계 기구가 광범위하게 구성됐다. 지역별로 이 기구의 명칭은 다양하나 기본적으로는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책임 있게 공약사업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기구는 대체로 취임 이후 공약사업의 내실 있는 실천을 위한 공청회 및 자문회의 구성 등을 약속함으로써 주민과 소통하려고 애썼다. 지난 민선 4기와 5기 자치단체에서 매니페스토 실천을 위해 제·개정했던 조례와 내규현황은 매니페스토 운동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자치법규가 제·개정된 시기가 최근에 가까울수록 공약평가단의 활동에 대한 주민공개, 매니페스토운동 실천을 위한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자치단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약이행 및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셋째, 매니페스토운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영의 특성과 의의·매니페스토 운동에서의 시민단체 역할·당선자 결정에 미친 영향·매니페스토 적용이 정책선거에 미칠 문제·매니페스토 측정방식과 적용문제 등 의미 있는 연구가 진행됐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차원에서는 후보자 공약에 대한 분석 평가·지자체 매니페스토 공약이행 평가와 제언·우수사례 발굴·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평가·공무원과 주민 매니페스토 평가단 연수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매니페스토가 기존의 선거공약과 다른 점은 수치 목표를 포함하고 있는 구체적인 정책집이라는 점이다. 각각의 정책에는 구체적인 목표·실현방법·실현에 필요한 기간·재원 조달 등이 포함돼 있다. 매니페스토는 선거공약의 목표치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 근거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즉 선거 공약에 기간·목표·공정·재원·나아가 우선순위라는 구체적 계약을 담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니페스토가 선거에서 유권자와 후보자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치 거버넌스 확립도 중요한 문제이다.
로컬매니페스토운동은 ①참여와 소통을 통한 참여민주주의 확장과 발전 도모 ②선거과정을 정치인과 후보자 중심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변환 ③정책중심의 지역 선거문화 정착과 정치개혁 도출 ④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모색하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발전과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을 지향한다.
지역차원의 주권자운동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약 평가 자체보다는 ‘계약’의 의미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 사실 매니페스토 운동의 핵심은 공약 평가에 있다기보다는 이러한 평가를 통해 좋은 공약을 유도하고 동시에 이러한 공약이 지켜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있다. 사전 공약 평가보다도 사후 이행 평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택지역 매니페스토 운동의 초점은 공약 평가에서 정당(혹은 후보자)과 유권자 간의 계약(약속)이라는 측면으로 전환돼야 한다. 따라서 당선자의 공약을 인터넷이나 공약집 발간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임기 내내 이행평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민선 5기 선거부터 각 정당은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를 공천서류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천신청자들이 제출하는 매니페스토의 내용에 대한 평가 활동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가 끝난 후 공약이행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들은 정당 차원에서의 책임 있는 공약검증과 평가, 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향후 정당에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평택지역 매니페스토 운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문화(선거문화와 정치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 이다. 그러나 정치문화의 변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일상생활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시민운동으로서의 매니페스토 운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시민운 동은 속성상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언론의 일시적인 스포트라이트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민사회의 매니페스토 운동이 당장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단기적으로 볼 때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운동 이 후보자 당락에 매우 큰 효과를 미쳤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화가 어렵다고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창언 외, 2011a; 이창언 외, 2013).
평택지역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성공을 거두고 정책선거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요 행위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정당과 정치인은 정책생산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언론은 가십 위주의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고 정책 위주의 보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권을 감시함과 동시에 정책선거 분위기 가 확산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편, 국회는 정책선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거 및 정당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 매니페스토 평택시민연대 대통령선거 참여 캠페인(2012) |



주석

11) 시민에게는 참 공약, 정책선거로 인식되는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치나 정당의 운영방식의 선진화(정책정당·책임정당)와 시민의 정치의식 향상과 참여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혁신하는 정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부각시켜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 룰을 차츰 변화시키고 있다. 일종의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의 유연한 반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6년 2월 1일 ‘531스마트 매니페스토정책선거추진본부’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다. 추진본부는 선거문화와 정치문화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정당과 후보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정책목표와 방안(매니페스토)을 명시하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정책공약 평가를 통해 유권자가 정책을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12) 매니페스토의 유용성은 우선 정치 사이클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유권자와 후보자들 사이의 정책적 차이를 인지함으로써 어떤 정책이 자신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매니페스토의 정치적 지향점은 윈윈(win-win)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지역정치의 선진화에 있다. 매니페스토를 통해 예측 가능한 정치, 책임정치, 신뢰의 정치,원칙에 의한 정치, 그리고 희망의 정치를 하게 됨으로써 정치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