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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나 정월 대보름, 추석 등은 별식別食을 먹을 수 있는 때다. 설날에는 떡국·만두·잡채·약식·강정·식혜·수정과 등을 먹는다. 설날 차례를 지내고 세배 손님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나 술을 ‘세찬歲饌’ 혹은 ‘세주歲酒’라고 불렀다.
세찬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떡국이다. 떡국은 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아 만들었다. 떡국에 만두를 넣어 먹는 집도 있었다. 이때는 기본 음식 외에 두부 등도 만들어 먹었고 동네에서 공동구입한 돼지고기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
정월 대보름 새벽에는 부럼 깨물기를 했다. 밤·호두·은행·잣·땅콩 등을 깨물며 일 년 동안 별 일 없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깨무는 ‘딱’소리에 잡귀가 물러간다고 여겼다.
가정에 따라 대보름 아침에 보쌈을 먹기도 했다. 보쌈에서의 ‘보褓’는 보자기라는 의미로 ‘복福’과 발음이 유사해 보쌈을 먹으면 복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쌈을 여러 개 만들어 그릇에 볏단 쌓듯 높이 쌓아 가옥 최고신인 성주 신에게 먼저 올린 뒤 가족들이 먹기도 했다.
삼월 삼짇날(3월 3일)에는 약주·절편·화전·화면·진달래 화채 등을 먹었다. 마을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진달래꽃이 만발한 야외로 나가 꽃구경을 하며 봄을 즐겼다. 솥 등 조리도구를 걸어놓고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서 찹쌀가루에 반죽해 화전花煎을 만들거나 녹두가루와 반죽해 화면花麪을 만들어 먹었다.
소서小暑 즈음 무더위와 함께 장마철이 시작된다. 이때는 과일과 야채가 풍성해지고 밀과 보리로 음식을 해 먹었다.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해 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음식은 이맘 때 가장 맛이 좋으며 소채류는 호박, 생선류는 민어가 제철이었다. 증편, 수리취절편 역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절기 중 하지夏至부터 초복初伏·중복中伏·입추立秋·말복末伏으로 이어지는 때는 연중 가장 무더울 때다. 땀을 흘려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육개장·개장국·복숭아화채 등을 먹었다
추석秋夕은 농사일도 거의 끝나고 햅쌀과 햇과일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도 만들며, 신도주라는 술을 빚어 조상께 추석 차례도 지냈다. 정월 차례 때는 떡국 대신 햅쌀밥, 편 대신 송편을 놓았다. 설은 떡국, 대보름은 오곡밥, 추석은 송편이 대표 음식이었다.
음력 시월상달에는 밀떡을 부쳐 이웃끼리 나눠 먹었다. 밀농사는 가을에 심어 양력 6월에 수확했다. 밀을 수확해 궁글레통에 털어서 말린 뒤, 방앗간에서 빻아 떡을 해먹는다. 수확한 밀로는 장국도 해먹고 수제비도 만들어 먹었다. 가을 고사를 지낼 때 시루떡을 하기도 하는데 팥이나 콩을 고물로 했다.
동지冬至에는 팥죽과 동치미 등을 먹었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로 음陰이 극에 달해 상대적으로 강한 양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태양이나 불 등 양陽의 기운으로 상징되는 붉은 색의 팥죽에 찹쌀 옹심이를 넣고 죽을 쑤어 먹었다. 중국 고사古事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 팥을 두려워 했기 때문에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으면 악귀를 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